비어 있으려는 의지로 너무 가득 차 있어서 그것이 몸 밖으로 새어 나올 때. 독백하는 사람과 마주앉은 가상의 상대는 말 저편의 유배지에서 자신의 죽음을 돌이켜 본다. 매 순간 새로운 눈밭으로 갱신되는 땅. 하늘에서 ...이 쏟아진다.
그 안에는 너무 많은 것이 들어 있어서 아무것도 헤아릴 수가 없다. 독백하는 사람도, 독백하는 사람과 마주앉은 가상의 상대도 잘못이 없다. 다만 가능한 노력이 있다. 독백하는 사람과 마주앉은 가상의 상대는 발자국을 낸다. 곧바로 눈밭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질 흔적. 뱉는 순간 사라지는 말과 같은 모양으로 그는 말에 맞선다. 이를테면 수취인불명의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작성하는 목록.